210423 <세대가 아닌 시대를 말한다 - 세대로 우리를 가두지 말라> 청년시국선언 기자회견 참석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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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세대론, 청년담론을 비판하며 사회적 조건과 차별, 불평등, 기후위기 등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년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투명가방끈에서도 시국선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자회견에 공현 활동가가 참석하여, “공정한 경쟁과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건 청년세대만이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모습”, “청년을 핑계로 경쟁을 강화할 게 아니라, 청년들이 힘들지 않은 사회를 만들려면 입시경쟁폐지, 대학평준화, 차별금지법, 복지제도강화, 노동조건 개선 등에 나서라”라고 발언했습니다. 시국선언은 준비와 참여자 모집을 거쳐 4월 말에 발표할 계획입니다.



(기자회견문)
세대가 아닌 시대를 말한다
- 세대로 우리를 가두지 말라



모든 세대와 마찬가지로 청년 역시 사회적 존재이다. 일을 해야 하고, 집에 거주하고 있으며, 교육에 참여하고, 성별과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청년을 세대의 틀로만 보는 세대론은 청년세대의 다양한 정체성과 삶의 조건을 오직 나이의 문제로 치환한다. 청년세입자와 임차인의 관계, 청년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 청년 여성과 청년 남성 간의 관계,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의 관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는, 자연적인 나이의 많고 적음의 문제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권력관계로 구성되는 것이다.



또한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는 청년세대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최근 청년세대가 중심이 되어 제기하고 있는 기후와 환경의 문제는, 세대 간 정의에 대한 요구 위에서 촉발된 것이지만, 모든 인류와 지구의 문제이기도 하다. 청년세대는 세대를 넘어 전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세상은 우리를 세대의 틀에 가두려고 하고 있다.



세대론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게 활용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마찬가지이다. 청년세대가 놓인 나이 외의 사회적 관계와 조건을 은폐하며, 자신들이 청년들의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회피하기 위해 세대론을 활용한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 재·보궐선거 이후 ‘이남자’와 ‘이여자’의 프레임으로 또다시 되살아났다.



사회적 관계를 은폐하거나 축소한 채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허한 정치는 꾸준히 실패해왔다. 그간 숱하게 선거철마다 등용된 청년 정치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애초에 청년정치라는 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성공할 수 없었다. 보수양당과 기존 정치권은 세대론을 통해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보기보다는, 세대론의 틀에 갇혀 청년세대가 놓인 사회적 조건을 외면하였다.



보수양당과 매스컴이 말하는 ‘세대’는 협소하기도 하다. 이미 교육기회가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결과를 낳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저소득층 가정의 청년들은 공정한 경쟁을 경험하지 못한다. 수억의 기본 자산이 있어야 가능한 ‘영끌신화’ 역시 일부 청년들에게만 허용된 기회이다. 공정과 능력주의 논리의 이면엔 계층과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세대의 외피만 보며 청년세대의 시대정신을 멋대로 각색하고 있다. 이는 명백하게 청년세대를 정치적으로 소비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우리는 세대만 바라보는 협소한 관점에 갇혀 정치적 알리바이 쌓기만을 반복하는 보수양당 등 정치권과 사회에 맞서 우리의 시대정신을 발표하려 한다. “세대가 아닌 시대를 보라”라는 요구는 청년세대가 처한 사회적 조건, 자본주의, 기후위기, 비정규직화, 젠더차별, 소수자 차별, 자산과 교육 등에서의 불평등을 말하지 않는 허구적 정치행위를 중단하라는 요구이다.



우리는 묻는다. 오직 세대적인 문제는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청년세대를 비성숙하고 사회로부터 배제된 특수한 존재라고 여기는 나이주의와 나이위계에 입각해 청년세대를 대상화하는 세대론 자체이다.



모두가 세대를 말할 때, 청년은 시대를 말한다.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등과 사회위기가 우리가 놓인 조건이다. 점차 강화되는 혐오와 차별의 합리화가 우리 고통의 근본원인이다. 우리의 요구는 구세대의 청산이 아닌, 구시대의 청산이다. 4월 30일, 새로운 시대를 시작한다.



2021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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