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대학입시거부선언은 모두 7명의 거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츠베, 위영서, 왈왈, 박건진, 도담, 김새별, 그름 (하파타 순)
※ 공동의 선언문이 아닌 각자가 대학입시거부의 이유를 밝히는 선언문을 발표합니다.
14학번이 아닌 나로 살아가기
위영서 선언문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꽤 긴 시간을 공부 외에는 잘하는 것 하나 없이 살아왔다. 예쁘지도 않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는 나는 공부를 잘해야만 주목받을 수 있었고 선생님과 부모님, 주변 모든 어른들은 그런 날 칭찬했었다. 그래서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 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난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었다. 그렇게 자라서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당연히 대학을 가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는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했었고 대학 외에는 전혀 길이 없는 것처럼만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대학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뭔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큰 시험이나 수능을 앞두면 ‘다들’ 시험을 잘 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다들 잘 보는 시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험을 잘 보는 등수는 정해져 있었고 그 수는 매우 적었다. 정해진 등수 안에 들지 못한 다수의 이들은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들 뒤떨어지지 않게 애쓰는 모습은 너무 모순적이었다. 게다가 나를 비롯해 그들의 삶은 너무 처참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하루 종일 수업과 공부를 하다 다시 새벽에 잠이 드는 삶이었다. 그 정도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며 입시가 끝나면 모든 경쟁도, 지겨운 생활도 끝나고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주변 대학생들을 바라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과제와 시험에 시달리며 비싼 등록금을 부담하는 그들의 모습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입시경쟁에서 이겨서 취업이라는 또 다른 경쟁으로 들어서는 삶은 허무해 보이기만 했다.
그러던 중 2년 전 수능 날 TV에서 “투명가방끈”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하는 말은 별로 새롭지도 않았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고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동안 늘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살아온 존재였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었고 나는 나였다. 나는 입시경쟁에서 늘 위에 있는 존재였고 그동안 가고 있던 내 갈 길을 계속 걸어야만 했었다.
그러던 내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방과 후, 주말마다 학교 밖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러 다녔다. 평소 관심 있던 사회적 기업에서 인턴활동도 하고 청소년인권운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국어영어수학이 아니라 내가 배우고 싶은 걸 배웠고 책이 아니라 사람과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우게 되었다. 더 많은 걸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내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점점 대학과는 멀어져갔다. 친구들처럼 국영수 공부를 하며 대학을 위해 현재의 내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다들 입학사정관제를 추천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해온 활동들은 절대 누군가에게 평가받으려고 하던 일이 아니었고 그것을 평가받으려고 포장하는 그 찝찝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고3이 되니 그동안 느꼈던 대학입시의 모순과 잔인함은 더 뼈저리게 다가왔다. 교실은 어느 때보다 더 숨이 막혔다. 친구들은 대학이 더 간절해질 때 나는 대학이 끔찍하게 싫어졌다. 결국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것을 택하게 되었다. 대학입시를 거부하게 된 건 늘 얇은 귀로 남에게 휘둘리며 살아온 내가 스스로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일이다. 여기까지 오기엔 정말 많은 시간과 고민이 있었다. 다만 그 고민을 조금 일찍 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막다른 길에 내몰려 다른 길은 없는 것처럼 살아온 과거의 내가 안타깝다. 나는 오늘부터 투명가방끈이다.
2013년 11월 7일
위영서
※ 2013 대학입시거부선언은 모두 7명의 거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츠베, 위영서, 왈왈, 박건진, 도담, 김새별, 그름 (하파타 순)
※ 공동의 선언문이 아닌 각자가 대학입시거부의 이유를 밝히는 선언문을 발표합니다.
14학번이 아닌 나로 살아가기
위영서 선언문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꽤 긴 시간을 공부 외에는 잘하는 것 하나 없이 살아왔다. 예쁘지도 않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는 나는 공부를 잘해야만 주목받을 수 있었고 선생님과 부모님, 주변 모든 어른들은 그런 날 칭찬했었다. 그래서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 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난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었다. 그렇게 자라서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당연히 대학을 가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는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했었고 대학 외에는 전혀 길이 없는 것처럼만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대학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뭔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큰 시험이나 수능을 앞두면 ‘다들’ 시험을 잘 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다들 잘 보는 시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험을 잘 보는 등수는 정해져 있었고 그 수는 매우 적었다. 정해진 등수 안에 들지 못한 다수의 이들은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들 뒤떨어지지 않게 애쓰는 모습은 너무 모순적이었다. 게다가 나를 비롯해 그들의 삶은 너무 처참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하루 종일 수업과 공부를 하다 다시 새벽에 잠이 드는 삶이었다. 그 정도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며 입시가 끝나면 모든 경쟁도, 지겨운 생활도 끝나고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주변 대학생들을 바라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과제와 시험에 시달리며 비싼 등록금을 부담하는 그들의 모습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입시경쟁에서 이겨서 취업이라는 또 다른 경쟁으로 들어서는 삶은 허무해 보이기만 했다.
그러던 중 2년 전 수능 날 TV에서 “투명가방끈”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하는 말은 별로 새롭지도 않았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고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동안 늘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살아온 존재였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었고 나는 나였다. 나는 입시경쟁에서 늘 위에 있는 존재였고 그동안 가고 있던 내 갈 길을 계속 걸어야만 했었다.
그러던 내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방과 후, 주말마다 학교 밖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러 다녔다. 평소 관심 있던 사회적 기업에서 인턴활동도 하고 청소년인권운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국어영어수학이 아니라 내가 배우고 싶은 걸 배웠고 책이 아니라 사람과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우게 되었다. 더 많은 걸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내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점점 대학과는 멀어져갔다. 친구들처럼 국영수 공부를 하며 대학을 위해 현재의 내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다들 입학사정관제를 추천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해온 활동들은 절대 누군가에게 평가받으려고 하던 일이 아니었고 그것을 평가받으려고 포장하는 그 찝찝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고3이 되니 그동안 느꼈던 대학입시의 모순과 잔인함은 더 뼈저리게 다가왔다. 교실은 어느 때보다 더 숨이 막혔다. 친구들은 대학이 더 간절해질 때 나는 대학이 끔찍하게 싫어졌다. 결국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것을 택하게 되었다. 대학입시를 거부하게 된 건 늘 얇은 귀로 남에게 휘둘리며 살아온 내가 스스로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일이다. 여기까지 오기엔 정말 많은 시간과 고민이 있었다. 다만 그 고민을 조금 일찍 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막다른 길에 내몰려 다른 길은 없는 것처럼 살아온 과거의 내가 안타깝다. 나는 오늘부터 투명가방끈이다.
2013년 11월 7일
위영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