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대학거부선언: 김예림(라일락) "대학입시를 거부하며 꾸는 꿈"

※ 2014 대학거부선언은 모두 3명의 거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 공동의 단일 선언문이 아닌 각자가 대학거부의 이유를 밝히는 개별 선언문을 발표합니다.



대학입시를 거부하며 꾸는 꿈

김예림 선언문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거주하던 지역에서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교였고, 그 학교에서 나는 상위권을 차지하며 주변에서 큰 기대를 받았던 거 같다.
 
학교는 나에게 자부심과 성취감의 공간인 동시에, 폭력의 공간이었다. 여러 불합리한 규제와 체벌이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것을 보며 나는 이 공간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당시 내 꿈은 의사였는데,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18살 때 우리나라 최고의 의대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다. 나는 의사가 되어 있는 내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현재의 고통쯤은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프로를 차지하기 위해 밤을 새며 공부한 많은 의대생들의 수기를 보며, 나는 자극을 받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턴가, 나는 더 이상 의사가 되어 있는 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도 간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수능이 3개월 남은 시점이었고 나는 어떻게든 다른 진로를 찾아야 했다. 그래야만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부모님과 대화를 해보고 고민을 해본 결과, 사회학과에 가서 교수가 되기로 했다. 내가 평소에 관심이 있는 분야니 좋은 대학에 가서 공부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도 인권과 사회에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었고, 그런 방향으로 공부계획을 수정했다.
 
대학입시거부를 만난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단 한 순간도 대학을 안 가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많은 학생들이 생각하듯 나 역시도 대학은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하나의 필수 코스였고, 내 꿈은 대학에 맞춰졌다.
 
내가 성적향상에서 느꼈던 성취감은 다른 이를 밟고 더 높은 등수를 얻은 데에서 생긴 감정이었고, 주위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 역시 내가 60만 수험생 중에서 앞장서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오늘 대학입시를 거부하며, 꿈꿔본다.
좋은 학벌과 찬란한 미래를 얻기 위해 줄 세우기 경쟁을 하며, 그 속에서 다른 이를 밟고 올라설 수밖에 없도록 하는, 그런 대학 입시가 바뀌는 날을.
 


2014년 11월 13일
김예림(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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