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대학거부를 선언합니다 (2014.11.13.)

[기자회견문]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대학거부를 선언합니다

 

 

다시 이 자리에, 대학거부자들이 섰습니다. 오늘은 수능시험일, 온 나라가 수능시험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하고, 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경쟁에서의 승리라고 말하는 사회입니다. 수능 점수와 입시 결과가 곧 그 사람의 가치라는 듯이 말하는 교육입니다. 우리는 오늘 수능시험, 그리고 수능시험이 상징하는 대학입시와 경쟁교육에 맞서서, 거부를 선언합니다.
 
대학거부를 외치며 모여 투명가방끈이 만들어진 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투명가방끈 이전에도 대학거부자들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과 사회는 우리의 얼굴을 보지 않았고, 목소리를 듣지 않았습니다. 입시경쟁에 고통스러워하는 청소년들의 비명도 외면했습니다. 바꿔야 한다는 숱한 외침들도 무시했습니다. 여전히 학교들은 입시와 취업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오늘의 행복을 미래를 위해 포기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대학서열뿐만 아니라 자사고와 국제중 등, 학생을 줄 세우고 차별하는 체제는 더 노골적으로, 더 광범위하게 뿌리를 뻗고 있습니다. 교육은 우리의 권리가 아닌 강압처럼 되어 가고, 그럴수록 교육은 그 ‘교육적’ 의미를 잃고 침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대학거부를 선언합니다. 외면 받고 무시당한 목소리를 다시 드러내고, 계속해서 세상에 말을 걸기 위해서입니다. 대학 중심의 교육을, ‘가방끈’, 즉 출신 학교와 성적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를 거부하고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은 대학거부자들에게 묻습니다. ‘너희는 무슨 거창한 꿈이 있느냐?’, ‘대학을 거부하고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느냐?’ 그러나 당연하게도, 대학거부가 행복의 보증수표는 아닙니다. 남다른 꿈이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어서 대학을 가려 하는지, 과연 우리는 대학 덕분에 행복한지.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대학에 가는 것을 꿈으로 삼으라고 하고, 그렇지 않을 거면 너의 꿈이나 행복을 증명해보라며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우리는 단지 대학을 가지 않고 자기만의 행복을 찾겠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을, 대학입시와 학벌주의에 담긴 이 사회의 차별과 경쟁의 논리를 거부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겪게 될 차별 속으로 뛰어들어 정면으로 맞서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불안하고 불행하기 때문에 그 삶을 함께 바꾸자고 외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너의 탓이라고 하는 세상을 향해, 누군가는 살아남지 못하는 그런 구조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학교와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것은 교육이 아니며, 입시와 취업만을 위한 교육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학교를 평준화 하고 교육을 평등한 권리로 만들며, 학력과 성적에 따른 부당한 차별을 없앨 것을 요구합니다. 사람을 이윤을 위한 도구로만 보는 사회를 바꿀 것을 주장하며, 사람들의 삶을 함께 책임지는 복지제도와 자유로운 공동체를 마련할 것을 제안합니다.
 
비록 대학을 거부하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대학거부를 선언하는 것이,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하는 것이 모두의 삶을 바꾸고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학거부의 목소리가 더 커질 때, 불복종하고 바꿔야 한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때, 변화는 대세가 될 것입니다. ‘투명가방끈’들은 변화를 위한 길을 준비할 것입니다. 오늘의 대학거부선언에, 대학거부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그리고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2014년 11월 13일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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