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민족의 대명절’이라고 부를만한 수능이 우리 눈앞에 닥쳤습니다. 이제는 포기할 수도, 피할 수도 없습니다. 단지 12년의, 혹은 그 이상의 삶을 걸고 전력을 다해 부딪치는 선택지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이틀 전,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고3들을 대상으로 수능 출정식을 치렀습니다. 1학년과 2학년들은 3학년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마지막엔 하굣길 양 옆으로 인간 길을 만들어 하교하는 3학년들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냅니다. 마치 전쟁을 앞둔 군인들을 응원하듯이 말입니다. ‘출정식’은 ‘군에 입대하여 싸움터에 나가기 전에 갖는 모임’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수능 출정식’과 이름도, 모양새도 크게 닮아있습니다. 아마 두 출정식의 가장 큰 공통점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드디어 오늘, ‘출정식’을 마친 60만의 수험생들이, 이제 하나의 관문으로 전력 질주합니다. 이제 더 이상 피할 수도, 돌아설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브레이크마저 잊어버린 채로요. 그리고 매년 그랬듯, 누군가는 충돌하고 말 것입니다.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다른 누군가에 의해 치이고 치이다가, 끝내 아무도 모르게 숨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끝내 핸들을 돌리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9시 뉴스에서 조용히 흘러나오겠죠. 잠깐의 이슈도 되지 못할 낮고 잔잔한 이야기가. 그리고 이틀, 아니 하루도 가지 않아 모두에게 잊혀 질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또 다시 핸들을 잡게 되겠죠.
저는 오늘, 누군가가 죽어야만 끝이 나는, 누군가의 등을 떠밀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미친 치킨 게임을 그만 두겠습니다.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미 누군가의 등을 떠밀어버린 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남아있는 우리들의 생존을 간절히 빌면서 말입니다.
목숨을 건 치킨 게임, 이제 그만 두겠습니다
김한률 선언문
가히 ‘민족의 대명절’이라고 부를만한 수능이 우리 눈앞에 닥쳤습니다. 이제는 포기할 수도, 피할 수도 없습니다. 단지 12년의, 혹은 그 이상의 삶을 걸고 전력을 다해 부딪치는 선택지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이틀 전,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고3들을 대상으로 수능 출정식을 치렀습니다. 1학년과 2학년들은 3학년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마지막엔 하굣길 양 옆으로 인간 길을 만들어 하교하는 3학년들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냅니다. 마치 전쟁을 앞둔 군인들을 응원하듯이 말입니다. ‘출정식’은 ‘군에 입대하여 싸움터에 나가기 전에 갖는 모임’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수능 출정식’과 이름도, 모양새도 크게 닮아있습니다. 아마 두 출정식의 가장 큰 공통점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드디어 오늘, ‘출정식’을 마친 60만의 수험생들이, 이제 하나의 관문으로 전력 질주합니다. 이제 더 이상 피할 수도, 돌아설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브레이크마저 잊어버린 채로요. 그리고 매년 그랬듯, 누군가는 충돌하고 말 것입니다.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다른 누군가에 의해 치이고 치이다가, 끝내 아무도 모르게 숨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끝내 핸들을 돌리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9시 뉴스에서 조용히 흘러나오겠죠. 잠깐의 이슈도 되지 못할 낮고 잔잔한 이야기가. 그리고 이틀, 아니 하루도 가지 않아 모두에게 잊혀 질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또 다시 핸들을 잡게 되겠죠.
저는 오늘, 누군가가 죽어야만 끝이 나는, 누군가의 등을 떠밀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미친 치킨 게임을 그만 두겠습니다.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미 누군가의 등을 떠밀어버린 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남아있는 우리들의 생존을 간절히 빌면서 말입니다.
2015년 11월 12일
김한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