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나의 대학입시거부] 대학이라는 '보험'을 들지 않기로 했다. _이효빈

대학이라는 '보험'을 들지 않기로 했다

이효빈


1000명이 성공을 위해 줄 선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고등학교 2학년 당시 평균 8등급이던 나는 아마 1000번째 였을 것이다. 왜 그렇게 공부를 못했느냐고? 일단 우리집은 가난해서 사교육 같은 건 시킬 여유가 없었다. 또한 우리 부모님은 자신들의 선택을 억지로 강요하는 분들이 아니었다. 대신 모든 선택은 나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학교공부가 더럽게 재미없었다. 인생의 절반을 학교에서 보내는데 학교에서 하는 말이 ‘공부해야 먹고 살 수 있다.’라면 어찌 펜 한 번 들어보려 시도 한 번 안해 봤겠는가. 게임 좋아하던 나에게 학교공부는 그 여러 번의 시도들이 좌절될 정도로 오버워치보다 가치가 없었다.
    
입시경쟁은 생존싸움이다. 대학은 마치 ‘보험’과 같다. “대학 나온다고 일 잘하는 거 아니다. 요즘은 능력이 더 중요하다.” 라고 하는데, 그 말하는 기업의 고위직 인사들은 다 명문대 나왔다. 결국 대학교에서 교육의 질이 아무리 같잖아도 ‘4년제 대학 졸업’이라는 한 줄이 있어야 위로 올라갈 기회가 생긴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4년제 학자금 5천만원의 보험을 들이고 ‘보장’을 기대하며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고2때 한 참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내가 4년의 시간과 빚을 지며 대학보험에 투자했을 때 과연 그것들을 다 되돌려 받을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답은 ‘매우 희박’ 이었다. 되돌려 받을 수 있는 확률은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높아지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가지 않으면 안전하지 못한 사회

그래서 고2때 대학을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가난하게 살게 되더라도 서른 되기 전에 전셋집 하나 장만한 뒤 여행 다
니며 욜로나 하자~’ 라며 마음을 가볍게 먹기도 했었다. 그러나 마음 속 다른 한 편으로는 너무나 억울하고도 분했다. ‘왜 학교공부를 못하면 좋은 대학을 못가고, 좋은 대학을 못가면 좋은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는 거지? 왜 안정적인 삶을 선택할 기회를 모두에게 주지 않는 거지?’ 라는 분노가 항상 나에게 있었고, 우리 부모님은 언니랑 나 먹여 살리려고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데도 집이 가난한 것이 의문스러웠다.



나는 그 이유를 사회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를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또한 매일 고생스럽게 일하는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 취준생들, 직장인들, 학생들 그 모두가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절대로 게을리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 사회는 모두가 노력하는데도 사회의 부가 절대로 공평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 나는 그이유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일 하는 사람과 일에서 나오는 과실을 편하게 빼앗아가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시공동체 이후부터 역사 속 꾸준히 존재해왔던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불평등이 자본주의 사회 또한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호기심을 느꼈고 그러한 역사를 설명하는 맑스주의 철학을 더 공부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맑스주의를 공부하는데 시간을 더 투자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퇴를 고민했었다. 여기서부턴 대학 갈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은 더 집중해서 읽어주시길 바란다. 학교에 있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7교시까지 붕 뜬 채 지루하게 앉아있기만 했던 시간이 아까웠고, 한참 사회에 대해 날 선 시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나는 친구들과 교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러나 무작정 나오기에는 자퇴를 하고 나서 내 시간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계획도 없었고 잘 쓸 수 있을만한 뚜렷한 목표도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자퇴를 하는 건 오히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사회에서 도피하는 것 밖에 안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잘못된 사회에 대해 알려면, 오히려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망을 끊지 않는 것이 좋을 거 같아 학교를 다니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주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을 정해, 그 날에는 학교를 나오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시간을 투자했다. 그 시간에는 카페를 가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책들을 읽었고 실제로 맑스주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도 만나 토론을 하며 계속해서 사회를 알아가고자 하는 노력들을 하였다.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사회    
 
이런저런 요란했던 삶들을 보내고 고3막바지 지금, 여기에 서있다. 대학은 원한다면 누구나 더 배우러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공부는 자기가 흥미를 느낄 때 시도 해볼 만한 것이어야 한다. 다양한 재능들과 다양한 가능성들은 존중받아야 하며, 사회가 누구나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분배가 평등하게 이루어질 때 다양한 삶을 선택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빈부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와 불안정하다면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 라는 것 만을 강요당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지금은 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원한다. 중요한 건 끊임없이 경쟁을 강요하는 획일적인 하나의 삶만을 고민하게 하는 사회 말고,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사회를 그리는 데에 더 내 삶을 보태고 싶다. 생산과 분배가 평등하게 이루어질 때, 그래서 내 생계가 안정적이어 질 때, 그래서 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을 때 우리는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내린 답이고, 방금 말한 것들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끊임없이 주위사람들과 고민해나갈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학을 포기한것도 거부한것도 아니라 가난한 환경 때문에 사교육에 찌들지 않음으로써 대학을 자연스럽게 안가는 결론을 낸 것이었고,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사회에 대해 더 알아가보자 하는 열망을 가지게 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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