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학입시거부선언: 해별 "입시경쟁을 거부합니다"

입시경쟁을 거부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에서 일반 인문계고를 다니고 있는 해별이라고 합니다. 또 경남 학생인권조례 운동을 하고 있는 ‘조례 만드는 청소년’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저희 반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영어 시간이었는데 제 앞자리에 친구 둘이 앉아있었거든요. 근데 왼쪽에 앉은 애가 수업 듣다가 졸았나 봐요. 그래서 쌤이 혼냈어요. 그런데 혼을 내면서, “니 중하위권이면 더 올라갈라고 열심히 수업이나 들어야지 왜 자가지고 상위권 친구한테까지 폐를 끼치냐? 짝지가 자면 같이 잠오는 거 모르냐? 민폐 주지 말고 그럴 거면 뒤로 가서 앉아.”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애는 얼마나 서운하고 슬펐겠어요. 눈물까지 흘리더라구요.
그 왼쪽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는 어디로 간 걸까요? 단지 오른쪽 친구를 좋은 대학 보내려면은 이정도의 차별은 눈감아줘야 하는 걸까요? 이렇게 철저히 대학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 좋은 대학 가는 사람, 안 좋은 대학 가는 사람을 분리하고 차별하는 게 고등학교의 목적인 걸까요? 그리고 또 친구들 사이에서는 공부 열심히 한 척하면 상대방도 열심히 할까 봐, 그러다 나를 이겨 버릴까 봐 견제하려고 공부 하나도 안 했다 거짓말도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그런 적이 많고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나도 모르게 등수가 나보다 위인지 아래인지 구분하고 있고, 이 등수로 내가 갈 수 있는 대학교, 직장이 달라지는 것 같은 불안감 생기고...
제가 이렇게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지만, 나중에 대학을 안 갈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어요. 경제적 이유로나 여러 이유로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대학을 갈지도 모르죠. 하지만 경제적 이유든 타인의 강요든 주변의 시선이든 내가 가고 싶어져서이든, 대학을 간다고 해서 아무도 비난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오늘 이렇게 입시경쟁을 거부하는 것 역시 아무도 비난할 수 없을 거예요.
그냥 저는 저희의 목소리가 알려져서,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차별들이 입시경쟁 때문에 정당화되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대학 때문에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말! 저는 누구든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는 삶, 입시란 명분으로 학생, 입시생들을 벼랑으로 밀어붙이고 괴롭게 하지 않는 삶을 원합니다.
그래서 저는 입시경쟁을 거부합니다.


2019년 11월 14일
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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