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발언] 평등으로가는수요일 | 불안이 춤추는 광장에서, 퇴진과 함께 평등으로!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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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투명가방끈 회원이자 대학비진학자인 성윤서입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모의고사가 끝나면 순위대로 5~6명을 교장실로 불렀습니다. 교장선생님은 그 애들에게 빵을 나눠주며 덕담을 했고 반 아이들 모두가 왜 교장실에서 그 애들을 불렀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잘해서였지요. 학교에 입학할 때는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 둘이 나와 선서를 합니다. 수능이 끝나면 학교 교문마다 현수막이 걸립니다. 누가 소위 명문대에 붙었는지 큼직큼직한 글씨로 쓰여 있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1%를 위한 학교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99% 학생들의 존재는 으레 말하던 대로 ‘깔아주는’, 그래서 버려지는 역할이었을 테고요. 저는 그 99%의 학생 중 한 명이었고, 대학 진학률 70%가 넘는 요즘, 대학에 안 간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대학에 안 간 삶을 상상해 보곤 했지만, 잘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인생을 망칠 거 같았고 그래서 불안했습니다. 제 선택지에 대학은 희미하지만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또 그때 제가 가진 불안은 사회적이었고 그래서 보편적이었습니다. 시험을 망치면 한강물 온도 확인하자는 걸 농담처럼 쓰던 학생들에게 대학에 안 간다는 선택지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렇지만 입시란 누구나 준비할 수 있는 건가요? 대학이 정말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인가요? 대학에 가라는 사람들은 대학생이 지는 빚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습니다. 학자금 대출이 좋은 대출이라고만 합니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평범한 사람에게 더 공부한다는 것은 더 가난해진다는 것이 아니었나요?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저는 학기마다 꼬박꼬박 급식비와 교육비를 냈던 때에 청소년기를 보냈는데요. 집에 학원비는커녕 급식비 낼 돈도 없다면요? 오히려 내가 부양해야 할, 돌봐야 할 누군가가 있다면요? 지방에 살고, 병이나 장애가 있다면 대학에 가는 게 그 사람에게 당연한 선택지인가요? 하지만 누군가는 그놈의 노력을 해서, 누군가는 몇백씩 개인과외를 붙여가며 노력해서 그 노력의 결과로 대학을 진학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나라 청년들이 그렇게 ‘공정함’을 따지는 걸까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에 반대하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청년세대인 우리를 움직이는 연료가 불안이라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통잔 잔고에 한 푼도 없을까봐 불안하고, 아플 때 치료를 못 받을까 봐 불안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집에서 살 수 없을까 봐 불안하고, 배우는 즐거움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낼 시간도 없을까 봐 불안하고, 부당하게 적은 돈을 받고, 차별과 따돌림을 받을까 봐 불안합니다. 하지만 이 불안 역시 사회적인 것이고 그래서 보편적인 것이겠지요. 우리가 함께 돌파해야 할 것이기도 합니다. 1%에게만 빵을 나눠주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의 다양함을 힘으로 만드는 사회로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학력 차별을 금지하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힘을 모읍시다. 감사합니다.


해당 집회 정보: https://www.toequality.net/1859b52b-ca44-8086-a6ce-fea36e409a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