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발언] 25.04.25 천주교 탈시설권리 보장 촉구 혜화동성당 종탑 고공농성 연대문화제 공현 활동가 발언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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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투명가방끈에서 활동하는 공현입니다.


제가 윤석열 퇴진 집회를 나가다가 4월 들어선 감기도 좀 걸리고 눈에 다래끼도 나고 제가 참 체력이 약하단 걸 새삼 느꼈는데요. 이렇게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활동가분들을 보며 경외감을 느끼곤 합니다. 사실 장애인단체 활동가분들이 12.3 비상계엄날에도 국회 앞에 있으셨잖아요. 이렇게 항상 광장에, 거리에, 때로는 저 높은 탑 위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의 존엄을 지키고, 세상이 더 나아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광장에서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고 평등을 외친 그 시간들만으로도 왜 탈시설이 되어야 하는지는 너무 명확하지 않습니까? 장애인을 시설에 가둬두는 사회,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킬 수도 없으니까요.


며칠 전에도 인터넷 게시판에서 탈시설자립지원법이 막 문제를 많이 일으킬 거다 그런 글을 보았습니다. 소수자들이 무언가를 변화시키자고 하면 항상 문제가 생길 거라고 걱정하고 겁주는 말들이 돌아옵니다. 저희가 체벌 금지와 학생인권을 주장했을 때도, 학력학벌차별을 금지하라고 차별금지법을 만들라 할 때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말들은,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 뭔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는 게 바람직한 지에 대한 건 생각도 안 한 채,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게 편하다는 말일 뿐입니다. 지금의 상태가 계속될 때 그 안의 사람들이 겪게 되는 문제는 외면하는 것입니다. 가방끈과 학교 이름으로 차별받지 않는 것, 밤 늦게까지 학교, 학원에 갇혀 공부만 하지 않는 것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장애인들도 동네에서, 주민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어떡하면 그 당연한 일을 같이 현실로 만들지 얘기하진 않고 이런저런 걱정만 늘어놓는 건, 진짜 걱정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자기 기득권을  걱정하는 거고, 반대를 위한 핑계일 뿐입니다.


제가 어릴 적엔 개신교 모태신앙이었고, 병역거부로 감옥에 있을 땐 간식을 잘 줘서 천주교 미사를 다녔는데요. 지금은 종교는 없습니다. 그 짬밥으로 조금 설교스런 말을 해보자면, 잘은 모르지만 장애인을 시설에서만 살아가라고 하는 게 예수 정신은 아닐 것 같습니다. 왜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구걸하는 지체장애인에게 자기에게 돈은 없다면서 일어나 걸으라고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물론 그렇게 장애인을 기적을 보여 치료할 대상으로 삼는 게, 참 2천년 전 쓰인 성경이 가진 구린 점이긴 할 텐데요. 여하간 신이 아닌 인간인 우리는 그렇게 할 수는 없죠. 저는 오늘날에는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라는 종교가 장애인을 불쌍히 여기고 봉사할 대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도 같이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해야 한다는 뜻이라고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 예수의 이름 앞에 차별없이 평등하다는 뜻이라고요. 탈시설 투쟁이 승리하고 고공농성이 무사히 마무리되기를 기원하며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