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발언] 2025.5.21. 이화생활도서관 차별금지법 오픈마이크 발언문

2025-05-27
조회수 188

이화생활도서관 차별금지법 오픈마이크 발언문


난다



안녕하세요, 투명가방끈에서 함께하고 있는 난다 라고 합니다. 투명가방끈은 흔히 '가방끈'으로 표현되는 학력에 대한 차별을 반대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저희는 가방끈이 중요한 세상이 아니라, 점점 투명해져서 잘 보이지 않는 사회를 바랍니다. 


제가 며칠 전에 대통령 후보들의 공보물을 받아보았는데요. 모든 후보들이 자신의 학력과 출신학교를 기재했더라고요. 학력 학벌 차별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우리 사회 모습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력·학벌 차별이 심각하다고 느끼며 문제라고 이야기 합니다. 한국 사회의 학력·학벌주의가 문제라는 지적과 우려가 제기된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해결이 더딘 걸까요? 어쩌면 우리 사회가 학력·학벌 차별을 '없애야 할 부당한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실제로 학력·학벌 차별은 종종 '차별'이 아닌 '공정한 경쟁의 결과'라고 이야기됩니다. 시험 성적이나 입시의 결과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기고, 대학 간판은 능력·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포장됩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와 생각을 바꾸는 게 차별금지법입니다. 학력학벌, 입시 성적 결과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는 게 당연한 사회는 신분제 사회와 다르지 않습니다. 끝없이 자기를 개발하고, 남들보다 더 많고 다양한 스펙을 쌓고, 스스로를 착취해야 하는 사회,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차별받기 싫으면 능력을 키우라고 하는 사회는 누구를 위한 걸까요? 저는 학력이나 자격 취득이 삶의 필수 조건이 아닌 세상, ‘공부 안 하면 저렇게 산다’ 따위의 협박이 먹히지 않는 세상을 원합니다. 다른 길을 걸어도 외롭지 않은 세상을 바랍니다. 대학 가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세상, 대학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노동과 교육 등 우리가 살아가는 여러 영역에서 노골적이거나 은근한 차별, 소외, 소득과 조건의 격차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살기 위해서 시간과 돈과 자기자신의 삶을 갈아넣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우열을 가리지 않고, 윗사람 아랫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서로 평등하게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거나 비관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먹고사는 걱정 없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각자 능력의 차이가 차별할 이유가 되는 게 아니라, 서로 기대고 연대할 조건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나중 말고 지금 우리의 삶을 위해, 함께 연대해나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