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논평] 일부 자사고들만이 아니라 자사고 제도를, 고교서열화를 취소하라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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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일부 자사고들만이 아니라 

자사고 제도를, 고교서열화를 취소하라



최근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중 전북과 경기의 일부 학교가 교육청 심사에서 떨어져 일반고등학교로 돌아가게 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월 27일 부산에서도 또 한 학교가 평가 결과 자사고 재지정에 탈락하여 일반고로 돌아가게 되었다.
 
자사고는 학교 서열화를 통해 경쟁을 과열시키는 제도이다. 입시경쟁에 매몰되어 사라진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자사고를 폐지하는 것이 기본 정책이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로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등 고교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공약했던 바 있다. 우리는 자사고를 없애 나간다는 교육 정책 방향을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동시에 이번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대한 논란은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온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 탓 역시 있다고 본다.
 
학교 간판보다 교육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
 
현재 자사고는 5년마다 심사를 받아서 자사고로 계속 운영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다. 이번에 전북과 경기, 부산에서 재지정이 되지 않은 상산고와 동산고, 해운대고는 이 정기 심사에서 교육청이 정한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였다. 자사고에 대한 정기적 평가와 심사는 공교육 기관으로서 자사고의 공공성 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되어 일반고로 돌아가게 되면, 잘못된 정책에 의해 달 수 있었던 ‘비싸고 특별한 학교’ 간판을 내리고 다른 학교들과 같은 성격의 학교가 되는 것뿐이다. 몇몇 학교의 소위 ‘명문’ 간판보다도 공교육의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기준과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일부에서는 자사고 재지정 취소 등이 교육의 다양성을 저해하므로 자사고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입시 명문 학교라 자처하는 자사고의 행태들을 봐도, 교육의 다양성이 자사고 등 고교서열화 정책으로 보장될 수는 없음이 명백하다. 오히려 자사고의 존재는, 입시 경쟁을 초등학교·중학교로까지 확대시키며 교육을 입시에 매몰시켜, 학생들로부터 입시 외에 다양한 교육의 기회들을 박탈하여 교육을 더욱 망치고 있다.
 
정부가 책임지고 자사고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할 문제는 지금 교육청 심사에서 떨어진 두세 개 학교를 어찌해야 할까 같은 사소한 것이 아니다. 자사고를 없애야 한다는 이유는, 현재 자사고들이 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에 맞게 잘 운영되지 못해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사고 제도 자체가 서열화와 경쟁을 조장하고, 교육의 공공성과 다양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교육의 다양성은 획일적 입시 경쟁을 해소하고 교육과정을 개혁하여 모든 학교, 모든 교실에서 이루어져야 할 가치이지, 사립학교 몇 개를 비싸고 재량권 큰 학교로 만든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교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서열화와 경쟁을 없애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든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등을 추진하여 자사고 등을 없애고 고교서열화를 해소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면 왜 다른 자사고들은 유지되는데 몇몇 학교만 자사고 재지정이 안 되냐느니, 왜 교육청별로 평가 기준이 다르냐느니 하는 논란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자사고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자립형 사립고’로 시작하여 이명박 정부 때 ‘자율형 사립고’라는 이름으로 크게 늘어나, 정부 정책에 의한 고교서열화의 한 축이 되었다. 이러한 지난 정부의 과오를 되돌리고 바로잡기 위해 자사고는 정부가 나서서 책임지고 폐지하여야 한다. 정부가 자사고 제도를 없애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혹시 교육에 대한 분명한 철학 없이 일부 기득권 집단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학생의 보편적 교육권 보장을 우선하라
 
이후에도 다른 지역 교육청들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그때마다 교육청의 심사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특정 학교들의 일반고 복귀 여부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뿐더러 특정 사학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자존심을 내세울 기회만을 줄 뿐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기를 다시 한 번 요구한다.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쟁과 차별이 아닌 평등한 교육,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교육이지, 자사고 같은 학교들이 아니다.
 
 

2019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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