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학력 차별 금지 없이는 교육 개혁도 불가능하다
교육부의 학력 차별 금지 삭제 의견을 규탄한다
교육부가 사실상 ‘학력 차별’에 찬성하고 나섰다. 국회에 차별금지법안(평등법안)상 차별금지 사유에서 ‘학력’을 제외하자는 의견을 제출한 것이다. 교육부의 이러한 행태는 한국 교육이 어째서 이토록 변하지 않고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만연한 차별 중 하나인 학력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은 차별금지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경쟁과 서열화에 왜곡된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선 더더욱 학력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학력 차별은 불합리한 차별일 뿐이다
교육부는 학력 차별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성취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학력을 대신하여 개인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지표의 사용이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략)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학력 차별이 정당화되고 공정하다고 여겨지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학력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교육부의 말은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 가정의 경제력, 양육자의 학력, 거주지역, 소수자성 등 사회적 배경에 의해 개인의 학력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이미 다들 알고 있다. 대학등록금이 부담되어 대학 진학이 주저되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학력이 오롯이 개인의 선택과 노력의 문제인 양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백만보쯤 양보해서 학력이 사회적 배경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학력 차별은 합리적인 것일까. 이 역시, 그렇지 않다. 많은 기업/기관이 막연하게 고학력자나 ‘명문대’ 나온 이를 우대한다. 그러나 이는 대개는 실제 직무에 어떤 배움이나 자격이 필수적인지에 대한 엄정한 고려 없이, 학력으로 대표되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별은 정당하다고 믿으며 사람의 등급을 나누는 편견과 관행일 뿐이다. 차별금지법상 학력 차별 금지는, 예컨대 대졸 학력이 특별히 필요치 않은 직종에서 대졸 학력을 요구하는 경우 같은 자의적 차별에 물음표를 달게 될 것이다. 학력은 배움의 이력일 뿐, 사람의 가치나 신분을 나누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 만일 차별 금지 사유 가운데 학력만 삭제한다면, 이는 외려 학력 차별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학력 차별 금지는 경쟁교육 개혁의 첫 단추
‘교육부는 항상 사람중심의 미래교육을 하겠습니다’. 교육부 열린장관실 사이트에서 맨 먼저 보이는 문구다. 겉으로는 ‘사람중심의 미래교육’을 외치고, 실제로는 ‘학력 차별은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교육부의 철학은 대체 무엇인가. ‘교육부가 학력 차별에 찬성한다’라는 문장은 그 자체로 역설적인 동시에, 우리네 교육 현실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이는 교육부가 교육 제도가 낳은 차별을 시정하는 데에 반대하는 꼴이며, 동시에 교육이 입시·취업을 위한 경쟁으로 변질된 현실을 바꿀 마음이 없음을 고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학력 차별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학교 교육이 더 높은 학력·학벌 쟁취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는 첫 단추이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교육부는 늘 이런 식이었다. 고교서열화와 일제고사 실시 등 경쟁 및 차별 강화 정책의 중심에 교육부가 있었다. 반면 학교와 학생을 서열화하는 교육을 개혁하고, 교육이 능력주의와 경쟁의 늪을 빠져나오게 하려는 정책은 언제나 지지부진했고 제대로 시도된 적조차 없었다. ‘학력·출신학교 차별 관행 철폐’, ‘수능 절대평가화’ 등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 역시 과연 공약을 제대로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차별금지법 중에서 학력 차별 금지에 반대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그간의 차별 구조와 관행을 바꾸지 않으려 하는 기업 측의 논리이다. 교육부는 기업의 논리를 옹호하는 대신 국민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교육부는 학력 차별을 옹호하는 의견을 철회하고 반교육적·반인권적 의견 제출에 대해 사과하라. 정부는 학력 차별 금지 내용을 포함하는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것은 물론, 어떻게 경쟁 위주의 교육을 개혁할지 종합적 정책을 제시하라. 경쟁을 완화하고 교육 목표를 재점검하는 것, 학교에서 학업성적에 따른 차별 등 각종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권고한 과제이기도 하다. 또한 차별금지법의 주요 적용 영역 중 하나가 바로 교육기관이다. 우리는 차별을 조장하는 정부가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어떻게 하면 교육 현장에서 차별을 종식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정부를 원한다. 학력 차별을 금지하고 경쟁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교육기관에서의 모든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1년 6월 29일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성명] 학력 차별 금지 없이는 교육 개혁도 불가능하다
교육부의 학력 차별 금지 삭제 의견을 규탄한다
교육부가 사실상 ‘학력 차별’에 찬성하고 나섰다. 국회에 차별금지법안(평등법안)상 차별금지 사유에서 ‘학력’을 제외하자는 의견을 제출한 것이다. 교육부의 이러한 행태는 한국 교육이 어째서 이토록 변하지 않고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만연한 차별 중 하나인 학력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은 차별금지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경쟁과 서열화에 왜곡된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선 더더욱 학력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학력 차별은 불합리한 차별일 뿐이다
교육부는 학력 차별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성취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학력을 대신하여 개인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지표의 사용이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략)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학력 차별이 정당화되고 공정하다고 여겨지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학력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교육부의 말은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 가정의 경제력, 양육자의 학력, 거주지역, 소수자성 등 사회적 배경에 의해 개인의 학력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이미 다들 알고 있다. 대학등록금이 부담되어 대학 진학이 주저되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학력이 오롯이 개인의 선택과 노력의 문제인 양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백만보쯤 양보해서 학력이 사회적 배경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학력 차별은 합리적인 것일까. 이 역시, 그렇지 않다. 많은 기업/기관이 막연하게 고학력자나 ‘명문대’ 나온 이를 우대한다. 그러나 이는 대개는 실제 직무에 어떤 배움이나 자격이 필수적인지에 대한 엄정한 고려 없이, 학력으로 대표되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별은 정당하다고 믿으며 사람의 등급을 나누는 편견과 관행일 뿐이다. 차별금지법상 학력 차별 금지는, 예컨대 대졸 학력이 특별히 필요치 않은 직종에서 대졸 학력을 요구하는 경우 같은 자의적 차별에 물음표를 달게 될 것이다. 학력은 배움의 이력일 뿐, 사람의 가치나 신분을 나누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 만일 차별 금지 사유 가운데 학력만 삭제한다면, 이는 외려 학력 차별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학력 차별 금지는 경쟁교육 개혁의 첫 단추
‘교육부는 항상 사람중심의 미래교육을 하겠습니다’. 교육부 열린장관실 사이트에서 맨 먼저 보이는 문구다. 겉으로는 ‘사람중심의 미래교육’을 외치고, 실제로는 ‘학력 차별은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교육부의 철학은 대체 무엇인가. ‘교육부가 학력 차별에 찬성한다’라는 문장은 그 자체로 역설적인 동시에, 우리네 교육 현실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이는 교육부가 교육 제도가 낳은 차별을 시정하는 데에 반대하는 꼴이며, 동시에 교육이 입시·취업을 위한 경쟁으로 변질된 현실을 바꿀 마음이 없음을 고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학력 차별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학교 교육이 더 높은 학력·학벌 쟁취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는 첫 단추이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교육부는 늘 이런 식이었다. 고교서열화와 일제고사 실시 등 경쟁 및 차별 강화 정책의 중심에 교육부가 있었다. 반면 학교와 학생을 서열화하는 교육을 개혁하고, 교육이 능력주의와 경쟁의 늪을 빠져나오게 하려는 정책은 언제나 지지부진했고 제대로 시도된 적조차 없었다. ‘학력·출신학교 차별 관행 철폐’, ‘수능 절대평가화’ 등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 역시 과연 공약을 제대로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차별금지법 중에서 학력 차별 금지에 반대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그간의 차별 구조와 관행을 바꾸지 않으려 하는 기업 측의 논리이다. 교육부는 기업의 논리를 옹호하는 대신 국민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교육부는 학력 차별을 옹호하는 의견을 철회하고 반교육적·반인권적 의견 제출에 대해 사과하라. 정부는 학력 차별 금지 내용을 포함하는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것은 물론, 어떻게 경쟁 위주의 교육을 개혁할지 종합적 정책을 제시하라. 경쟁을 완화하고 교육 목표를 재점검하는 것, 학교에서 학업성적에 따른 차별 등 각종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권고한 과제이기도 하다. 또한 차별금지법의 주요 적용 영역 중 하나가 바로 교육기관이다. 우리는 차별을 조장하는 정부가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어떻게 하면 교육 현장에서 차별을 종식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정부를 원한다. 학력 차별을 금지하고 경쟁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교육기관에서의 모든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1년 6월 29일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