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저는 2011년 대학입시거부선언에 함께 하고, 학력학벌차별사회는 아니라는데 대학 안 나온 걸로 이런저런 참견과 제약에 빡쳐하며 투명가방끈 활동을 하고 있는 따이루 입니다.
수능시험 D-100 오늘은 정말 특이한 날입니다. 법정기념일도 아니고, 단지 시험 하나까지 100일이 남았을 뿐인데 전국 학교, 학원에 사찰, 교회 종교단체, 기업과 언론까지 사회가 나서서 남은 날을 기억하고 격려해주는 날이니깐 요. 수능시험을 특별히 챙기는건 D-100일뿐 아니라 D-7 전략법 같은 홍보부터 D-1 출정식, 수능응원전, 당일에 공항과 공장까지 멈추는 날이 바로 수능시험인거 같습니다.
수능시험이 이렇게 특별한 날이 되는 건 이것이 ‘단지 시험’이 아니라, 인생을 걸어야 하는 ‘전쟁’과도 같은 날이고, 그런 날 이여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수능, 더 정확히는 입시경쟁에 인생에 너무나 많은 게 걸려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치 전쟁에 나가듯 출정식을 열고 비장한 분위기를 만들고, 모든 자원이 전쟁에 맞춰 이동하듯 입시에 맞춰 교육과정이 운영됩니다. 그리고 전쟁에 나간 가족의 무사귀한을 기도하듯, 입시대박을 기도하는 모습까지도 전쟁과 너무나 닮은 모습입니다.
입시경쟁이라는 이 전쟁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지우고 있습니다. 전쟁이 삶을 파괴하듯 말이죠. 경쟁에 도움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눠, 경쟁 외에 모든 것들을 지워 버립니다. “나중에 대학가면 다 할 수 있을거야” 말 하며 유예되는 개인의 삶, 자유, 행복. 그리고 존재 자체를 지우기도 합니다. 치열한 전투에서 낙오병을 버리듯 입시성적 결과에 도움이 안되는 사람이 버려지기도 하죠. 입시경쟁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저 같은 사람은, 가치가 없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 전쟁을 비판하던 사람들은, 비장한 분위기를 해치는 ‘반동분자’와 같은 존재로 취급되며 배제시킵니다. 대학에 갈 생각이 없는 평범한 학생, 학교나 학원의 자랑이 되어줄 만한 명문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가 지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쟁의 승자는 존재하는지 의문입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이른바 SKY에 간다고 승자가 될 수 있는 거 같지도 않은데 말이죠. 혹은 승자가 있다 한들 그 몇몇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과 존재가 파괴되어도 되는 건지 의심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의심은 사회적으로 잘 이루어지는 거 같지 않습니다. 입시경쟁이라는 전쟁은 사람들의 이렇게 의문마저,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생각조차 지워 버리고 있습니다.
오늘 퍼포먼스에서 밝히는 촛불에 이 교육이 과연 우리를 위한 교육이 맞느냐는 합리적인 의심, 새로운 가능성을 밝힌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공포와 두려움, 기대와 환상, 지침과 어려움이 뒤섞여 입시대박을 쫓던 촛불이 아니라, 입시경쟁이라는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의 길을 밝히는 초가 되길 기대합니다.
전쟁은 아무리 잘 싸워도, 아무리 좋은 무기로 싸워도 누군가는 죽고 다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 무엇보다 확실한 방법 아니겠습니까? 전쟁과 같은 입시교육, 사람을 다치고 죽게 만드는 입시경쟁을 멈추게 하자는 걸 우리가 간절히 바라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개인의 입시대박 기원도, 시험은 보되 시험의 기준을 좀 덜 나쁘게 만드는 입시개편도 아닌 전쟁의 근원인 입시경쟁을 근본적으로 폐지하는게 우리의 삶과 존재를 지켜내는 길인거 같습니다. 일방적인 평가와 선발로 굴러가는 교육제도, 경쟁과 비교가 일상이 된 문화,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편견, 사람을 효율과 성과의 도구로 여기는 뿌리 깊은 관념. 바로 이런 입시문제들을 폐지하는 것이 교육개혁이고, 우리에게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오늘이 “더 잘 싸워서 이겨라” 경쟁을 압박하는 수능 D-100일이 아니라, 더 잘 살도록 사회를 바꾸자 힘을 모으는 대학입시거부선언 D-100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될 때야 비로소 우리의 다양한 삶과 선택, 그리고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가 진정으로 보장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따이루 (2018 수능D-100 대학입시거부선언 퍼포먼스 발언中) - |
반갑습니다. 저는 2011년 대학입시거부선언에 함께 하고, 학력학벌차별사회는 아니라는데 대학 안 나온 걸로 이런저런 참견과 제약에 빡쳐하며 투명가방끈 활동을 하고 있는 따이루 입니다.
수능시험 D-100 오늘은 정말 특이한 날입니다. 법정기념일도 아니고, 단지 시험 하나까지 100일이 남았을 뿐인데 전국 학교, 학원에 사찰, 교회 종교단체, 기업과 언론까지 사회가 나서서 남은 날을 기억하고 격려해주는 날이니깐 요. 수능시험을 특별히 챙기는건 D-100일뿐 아니라 D-7 전략법 같은 홍보부터 D-1 출정식, 수능응원전, 당일에 공항과 공장까지 멈추는 날이 바로 수능시험인거 같습니다.
수능시험이 이렇게 특별한 날이 되는 건 이것이 ‘단지 시험’이 아니라, 인생을 걸어야 하는 ‘전쟁’과도 같은 날이고, 그런 날 이여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수능, 더 정확히는 입시경쟁에 인생에 너무나 많은 게 걸려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치 전쟁에 나가듯 출정식을 열고 비장한 분위기를 만들고, 모든 자원이 전쟁에 맞춰 이동하듯 입시에 맞춰 교육과정이 운영됩니다. 그리고 전쟁에 나간 가족의 무사귀한을 기도하듯, 입시대박을 기도하는 모습까지도 전쟁과 너무나 닮은 모습입니다.
입시경쟁이라는 이 전쟁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지우고 있습니다. 전쟁이 삶을 파괴하듯 말이죠. 경쟁에 도움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눠, 경쟁 외에 모든 것들을 지워 버립니다. “나중에 대학가면 다 할 수 있을거야” 말 하며 유예되는 개인의 삶, 자유, 행복. 그리고 존재 자체를 지우기도 합니다. 치열한 전투에서 낙오병을 버리듯 입시성적 결과에 도움이 안되는 사람이 버려지기도 하죠. 입시경쟁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저 같은 사람은, 가치가 없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 전쟁을 비판하던 사람들은, 비장한 분위기를 해치는 ‘반동분자’와 같은 존재로 취급되며 배제시킵니다. 대학에 갈 생각이 없는 평범한 학생, 학교나 학원의 자랑이 되어줄 만한 명문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가 지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쟁의 승자는 존재하는지 의문입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이른바 SKY에 간다고 승자가 될 수 있는 거 같지도 않은데 말이죠. 혹은 승자가 있다 한들 그 몇몇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과 존재가 파괴되어도 되는 건지 의심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의심은 사회적으로 잘 이루어지는 거 같지 않습니다. 입시경쟁이라는 전쟁은 사람들의 이렇게 의문마저,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생각조차 지워 버리고 있습니다.
오늘 퍼포먼스에서 밝히는 촛불에 이 교육이 과연 우리를 위한 교육이 맞느냐는 합리적인 의심, 새로운 가능성을 밝힌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공포와 두려움, 기대와 환상, 지침과 어려움이 뒤섞여 입시대박을 쫓던 촛불이 아니라, 입시경쟁이라는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의 길을 밝히는 초가 되길 기대합니다.
전쟁은 아무리 잘 싸워도, 아무리 좋은 무기로 싸워도 누군가는 죽고 다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 무엇보다 확실한 방법 아니겠습니까? 전쟁과 같은 입시교육, 사람을 다치고 죽게 만드는 입시경쟁을 멈추게 하자는 걸 우리가 간절히 바라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개인의 입시대박 기원도, 시험은 보되 시험의 기준을 좀 덜 나쁘게 만드는 입시개편도 아닌 전쟁의 근원인 입시경쟁을 근본적으로 폐지하는게 우리의 삶과 존재를 지켜내는 길인거 같습니다. 일방적인 평가와 선발로 굴러가는 교육제도, 경쟁과 비교가 일상이 된 문화,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편견, 사람을 효율과 성과의 도구로 여기는 뿌리 깊은 관념. 바로 이런 입시문제들을 폐지하는 것이 교육개혁이고, 우리에게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오늘이 “더 잘 싸워서 이겨라” 경쟁을 압박하는 수능 D-100일이 아니라, 더 잘 살도록 사회를 바꾸자 힘을 모으는 대학입시거부선언 D-100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될 때야 비로소 우리의 다양한 삶과 선택, 그리고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가 진정으로 보장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따이루 (2018 수능D-100 대학입시거부선언 퍼포먼스 발언中) -
제가 올해 3학년을 맡게 되어서 우울했는데 이런 뜻깊은 행사에서 발언을 하게 되어 마음이 좋은 것 같습니다.
투명가방끈에서 이 행사를 주최했는데요. 사실 사람들이 대학을 가지 않은 사람을 투명인간이라고 하잖아요. 제가 학교에서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대입제도 개편에서 영향을 받는 학생들은 정말 한 반에 5명 이내거든요. 그 얘기는 뭐냐면 ‘수시로 갈까, 정시로 갈까’가 내 인생에 너무 중요하고, 그걸 앞으로 어떻게 해서 갈까 하고 영향을 받는 학생은 굉장히 적어요. 그런데 이게 모든 학생의 삶 인거처럼 전 국민이 모여서 공론화위원회까지 만들어서 하고 있는 거죠.
저는 그런 생각도 했거든요. 공론화위원회 모이신 분은 아마도 그 반에서 5명 이내에 그 입시경쟁을 통해 남을 이기고 승리한 분들이거나, 아니면 과거에 경험에서 입시를 통해 뭔가 이득을 본 분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면 실제 학교에는 대학입시와 관계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저는 그것이 투명인간이 아니라 그게 우리의 삶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입시경쟁이라는 귀신과 마귀에 씌어서 실제를 인정하지 않는거에요. 예를 들면 오늘 내가 공부를 한다고 한 등급을 올릴 수 없거든요. 왜냐면 내가 한 등급 오르면 옆 친구가 한 등급 떨어져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 건 되게 불가능한,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 불가능한 일을 하게 해놓고 그게 모든 학생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거죠.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요.
저는 그래서 이번 입시개편 공론화위원회 보면서 ‘이거 완전 벌거벗은 임금님의 행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시제도가 수시가 몇 퍼센트든, 정시가 몇 퍼센트가 되 든 학생들은 극심한 입시경쟁에 시달리긴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많은 학생들이 ‘정시’에 동의하는 것은 바로 옆 친구가 한 등급 올라갈 때, 내가 한 등급 떨어지는 그런 신경전에서는 내가 그래도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박한 마음 때문 이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입시경쟁이라는 그 경쟁 자체를 없애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론화위원회에서 1번부터 5번까지 몇 번을 찍던지 학생들이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변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능시험이 그렇죠. 제가 가장 황당한 건 뭐냐면, 수능특강이 완전 신이잖아요. 고3수업의 신입니다. 그런데 정말 쓸데없는 거 많거든요. 그거 한 문제를 더 맞힌다고 이 학생이 정말 국어에 능력이 뛰어나다 할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은데 이걸 가지고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너는 이걸 아니깐 똑똑한 학생, 이걸 모르니깐 멍청한 학생’ 이걸 나누고 있는 거에요. 그런 시험문제로 나누는 거만큼이나, 저는 공론화위원회 1번부터 5번까지가 굉장히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서 1번을 찍으면 어떻고, 5번을 찍으면 어떻습니까. 그게 입시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생각을 정말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일종의 전 국민, 대사회적인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기극이라는 걸 증언하고 있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그것은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의 행차에서 “저 임금님 벌거벗었다”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아닐까요?
매년 많은 사람들이 투명가방끈을 자의든 타의든 선택하고 있지만 ‘그것이 투명가방끈이다.’ ‘그것이 이 쓸모없는 대입시 사기극에서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증언하는 우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막 그러거든요 “그거 굉장히 무서운 사람들만 거부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굉장히 대단한 사람들만 거부할 수 있는거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이 입시를 거부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정당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거 자체가 자의든 타의든 투명가방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가 패배자로 낙인찍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행사가 몇 명의 사람이 모였든, 굉장히 중요한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입시 경쟁을 어떻게 거부하겠어’ ‘입시경쟁은 당연한거 아니야?’라고 하면서, 아무도 그 입시경쟁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실질적인 얘기를 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라도 그런 이야기를, 정말 남들이 아무리 지겹다 그래도 너무나 열심히 벌거벗은 임금님이 ‘아니 내가 벌거벗었어? 아니 감히 어떻게 제가 저런 말을 하지’ 하고 깜짝 놀랄 때까지 열심히 외쳤으면 좋겠습니다.
- 조영선 (2018 수능D-100 대학입시거부선언 퍼포먼스 발언中) -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리고 투명가방끈에서 함께하고 있는 이알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학생 청소년 특히 고등학생이 ‘대학 안 갈꺼야’라고 말하면 정말 많은 소리를 들을수 있어요. ‘적어도 대학은 나와야 되지 않겠냐’ ‘너 뭐 먹고 살려고 하냐’ 아니면은 ‘대학은 나와야 사회에서 사람취급 받는다’ 이런 빻은말들을 교사나 부모, 친척 등등에게서 정말 많이 들을수 있죠.
그리고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대학에 간다는 전제하에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고, 대학을 당연한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 대학에 가지 않는 선택을 한 학생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도 하고, ‘너는 저런 애처럼 되지 마라’ 이런 본보기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시선과 억압이 아마 학생들에게 한가지길만 선택하게 하고, 그 길이 정답인 마냥 말을 하고 있어요. 애초에 생각해보면 어떻게 사람의 인생이 하나일수가 있어요. 사람의 인생에 정답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청소년도 저마다 삶이 다 다르고, 앞으로 살 인생도 다 다를 텐데 어떤 사람이 ‘니 네 인생에는 딱 대학뿐이다’라고 제시를 하고, 다른 것들을 모두 무시하고 대학이라는 길만 제시하고, 다른 삶에 대해서는 알아보지도 못하게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전국에서 대학에 가지 않으실 분, 대학에 가지 않으신 분, 대학 진학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대학에 가지 않는다는 게 틀린 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진짜로 틀린 거는 대학에 꼭 가야한다는 사람들이 틀렸다라고 생각 하구요.
대학을 가지 않는 선택을 했을 때 나만 이상한 사람인 것 같고, 나만 이 길을 걷는 것 같은 이런 생각이 저도 종종 들 때가 있고,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럴거에요. 시선을 바꿔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쫌 있고, 비슷한 길을 가는 이상한 사람들이 한두 명씩은 꼭 있어요. 그러니깐 외로워하지 않으셔도, 같이 손잡고 가도 정말 재밌고 좋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학력학벌차별을 받지 않고,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꾸시는 분들은 저희 투명가방끈과 함께 해주시면 어떨까 말로 발언을 마칩니다.
- ER (2018 수능D-100 대학입시거부선언 퍼포먼스 발언中) -
안녕하세요. 저는 양지혜라고 하구요. 15년도에 이 자리에서 대학거부를 했는데, 벌써 3년이 지나서 또 대학거부 D-DAY 100을 바라보고 있으니 감회가 남 다른거 같습니다. 저는 소개해주신 대로 ‘청년정치공동체너머’에서 활동도 하고, 또 알바도 하면서 지내는데요. 알바 구하면서도 그 질문 들었던 거 같아요. ‘대학을 왜 안 갔냐’ 했을 때, 자신 있게 ‘저는 입시경쟁에 반대하며 대학거부를 했어요’ 말 하지는 않았지만, 늘 설명해야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면서 3년을 보냈던거 같아요.
그런데 3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이, 입시가 제 삶을 설명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능 100일’이라고 얘기 하고, 대학에 진학할 사람들, 입시를 볼 사람들의 존재만 계속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그 밖에서 대학이 아니라 ‘나 다운 삶’을 고민하며 대학을 가지 않은, 대학을 못 가는 이런 사람들 역시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려버리고, 마치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은 대학을 가고,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은 대학생인 것처럼 표기하는 사회입니다. 그렇다고 대학에 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해주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매해 입시대박을 기원하고, 수능성공신화를 마주하지만 사실은 성공 박에 있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 모습을 봅니다. 또한 누가 성공할 수 있었겠냐 라는 생각도 참 많이 듭니다. 내가 성공하는 것이 누군가를 짓밟는 일이 되는 이 입시경쟁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입시에 성공했더라도 성공할 수 있었느냐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대학을 거부하면서 참 많이 행복해지기도 했고, 불행해지기도 했는데. 제가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렇게 여러분들과 계속 뵙고 있다는 점에서는 참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계속 설명해야 하고, 또 ‘10년 뒤에 내가 뭐 할꺼 같지?’라고 하면 ‘음 그러게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점은 가끔 불행하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대학거부를 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입시만을 위해 경쟁하는 이 교실에서 제 주변 친구들이 경험하는 고통이나 절망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긍정할 수 있고, 성공 밖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계속 들을 수 있고, 실패했다고 얘기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타인의 고통에 눈감지 않는 사람이 된것 그것이 저한텐 되게 좋았던 거 같아요.
사실 대학에 가는 친구들이 주변에 여전히 많아서 오늘도 그런 친구들이랑 메신저 하면서 ‘백일 남았는데 힘내라.’ ‘수능 잘 봐라’ 같은 위로 아닌 위로를 하기도 했는데. 저희가 하는 대학거부라는 것이 지금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절망에 조금의 연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에 가야 하는 사람보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함께 입시대박이 아닌 입시폐지를 함께 외쳤으면 좋겠습니다.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 양지혜 (2018 수능D-100 대학입시거부선언 퍼포먼스 발언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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